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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芳名錄-일본말 찌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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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아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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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2,조회:1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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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목숨"이라고 쓴 외솔 선생의 '방명록' <금서집錦書集>
외솔 선생이 쓴 "한글이 목숨"이라는 붓글씨가 공개되어 화제입니다. 이 글씨는 <금서집>이란 고서에서 발견되었는데 1932년부터 1936년까지 5년 동안 한 음식점 주인이 받은 80쪽짜리 방명록입니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글을 모은 책자'라는 뜻의 <금서집>은 거의 한문이고 한글은 네 점, 영문이 두 점, 일본글이 두점 있습니다. 이 책은 한민족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가 10여 년 전 인사동 헌책방에서 외솔 글씨를 보고 산 것인데 오는 3월 23일에 있을 울산 '외솔기념관' 개관식에 맞춰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한글을 쓰지 못하게 했던 일제강점기 그 험한 시절에 방명록에 당당하게 한글로, 그것도 한글이 목숨이라고 쓴 외솔의 기개가 놀랍습니다.
-김영조, <얼레빗과 함께하는 우리말 26>
1932년이라면 악명 높은 일본 순사가 조선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시절이다. 그 시절에 한글로 최현배 이름 석 자는 물론이고 "한글이 목숨"이라 쓴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한 일이다. 이 방명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음식점 주인이었다고 하는데 요즘으로 치면 그냥 된장찌개집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아마도 품격 있는 음식점이거나 단골들만 드나드는 음식점일 수 있다. 거기 드나드는 사람들과 주인은 거의 '신의'로 맺어진 사람들이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안심하긴 어렵다. 서명 중 일본어 글씨 두 점이 있었다는데 그들이 첩자가 아니었길 다행이다. 첩자는커녕 일본인이면서 한복을 입고 한국 민예품을 사랑하다가 한국에서 죽어 망우리에 묻힌 아사가와 다쿠미淺川巧 같은 사람이라면 천만다행이다.
엊그제 아는 분의 바깥어른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다. 방명록이 놓여 있어 준비된 붓을 들고 이름 석 자를 쓰려는데 앞줄에 쓴 이름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한자였다. 하필 방명록의 한가운데에 이름을 써야 해서 모른 체하고 한글로 '이윤옥'이라 쓰면서도 방명록의 반항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극히 평범한 곳에 놓인 방명록에 이름 석 자 쓰는 것도 이 모양인데 하물며 1932년에는 어떠했으랴! 이름 석 자도 아니고 "한글이 목숨"이라는 또렷한 글을 써넣었다니 외솔 선생의 배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윤동주는 일본 땅에서 한글로 시를 쓴다는 이유로 잡혀가 죽임을 당했다. 일본이 식민지 옥죄기를 본격화하기 시작하여 1938년 3월 3일 제3차 조선교육령을 멋대로 선포한 이래 곧바로 조선어 사용 금지와 잇따른 신문 폐간, 조선글 검열, 창씨개명으로 이어진 사실은 역사 기록 그대로이다. 그런데 이런 의견을 보인 누리꾼도 있다.
"일제강점기에도 한글 동인지와 한글학회가 계속 존재했지요. 또한 한글 표기가 되어 있는 커버를 씌운 우리말이 녹음된 레코드판도 나왔으며 동경에도 원판이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우리말을 사용한다고 체포하거나 제재를 가하지도 않았지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대대적인 한글 탄압은 존재하지 않은 것 같네요."
아마도 삐딱한 일본인이 주장하는 어떤 글을 읽은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 한글 죽이기에 혈안이 된 일제의 한글말살정책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내 동포지만 밉다. 누리꾼 말마따나 한글로 글을 썼으니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냐고 묻는다면 하나 물어보자. '검열'에 걸릴 것을 염려해 "너를 사랑해"라고 쓰지 못하고 대신 "거시기 알지?"라고 썼다면 이것이 한글을 제대로 쓴 것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첫 직장은 총독부의 검열부서였다. 그는 1930년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인 은사의 주선으로 이듬해 조선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들어간다. 조선총독부 경무국 검열계란 어떤 곳일까? 식민지 조선의 책, 신문, 잡지와 같은 매체의 모든 글을 검열하는 기관이다. 이 때문에 이효석은 당시 경무국 직원들과 적대관계에 있던 많은 작가들에게 지탄을 받았다. 게다가 어느 날 길을 가던 중 그는 카프계열의 이갑기라는 청년에게서 "너도 개가 다 됐구나!"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얼마 후 직장을 그만두었다.
한글을 일부 쓰게 한 것과 한글로써 생각을 마음껏 펴지 못하게 한 것은 다르다. 일제는 지식인들이 식민지 비판글을 쓸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올곧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글로 표현하는 조선인들을 사상범으로 잡아들이고 그들의 글을 검열해서 잘라버렸다. 이러한 현실에서 껍데기만 남은 한글을 가지고 '한글을 못 쓰게 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흔히 무지한 일본인들이 내뱉는 말을 비판 없이 답습하는 꼴이다. 따라서 울산의 외솔기념관에 전시되었던 <금서집>에 쓰여 있는 "한글이 목숨"이라는 친필은 매우 소중하다. 한자가 목숨인 세상을 끝내고 나니 다시 영어가 목숨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외솔 선생의 기개가 그리워진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방명록"이라는 단어를 의심해보자. <표준국어대사전>은 방명록을 "어떤 일에 참여하거나 찾아온 사람들을 특별히 기념하기 위하여 그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놓는 기록. 또는 그 책=방함록"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芳방자는 꽃과 향기를 뜻하고 따라서 방명이란 꽃다운 향기를 품은 이름을 나타낸다. 그래서 추측해보건대 방명록은 이곳에 이름을 써주시면 앞으로 늘 향기롭게 기억하겠다는 뜻에서 시작한 것인지 모르겠다.
일본의 유명 사전인<코지엔広辭苑> (岩波書店, 1983)을 보면 '방명(호우메이芳名)'은 상대를 존경하여 그 이름을 일컫는 말이다. "방명은 '이미 성함을 들었습니다.'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고 풀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명에 대한 설명은 50만 어휘를 자랑하는 삼성출판사의 <국어대사전>(1991)이나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일본사전풀이 그대로이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일본의 <코지엔>은 방명이라는 단어가 <니혼료이키日本靈異記>(上)에 나오는 말이라고 그 출처까지 밝혀주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료이키>란 9세기 초 일본 나라 야쿠시지薬師寺 승려 쿄카이景戒가 지은 책을 가리키며 일본 최초의 불교설화집이다. 이쯤 되면 일본인들의 국어 정리는 속된 말로 끝내주는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국어사전을 잠깐 비교해보자. 내가 즐겨보는 삼성출판사의 <국어대사전>은 모두 3권인데 크기나 무게가 보통이 아니다. 거짓말 좀 보태 밥 한 끼 옳게 먹서어서는 제대로 들지 못할만큼 두껍고 크다. 반면 20만 어휘의 <코지엔>은 한 권짜리로 그다지 크지 않지만 곁에 두고 보기 편할뿐더러 말의 출처와 예문이 꼼꼼하게 나와 있다. 자랑할 것은 크기에 있지 않다. <코지엔>의 일러두기에는 "특히 외래어, 어원, 한자어, 서양사 항목을 신경 썼다"라고 나와 있는데 <국어대사전> 일러두기에는 외래어 어원 표시에 있어 "일본어와 중국어를 제외했다"라고 나와 있다. 일본의 사전처럼 방명이라는 말이 고전작품 어디에서 처음 쓰였다는 예문은 밝히지 못하더라도 이 말이 일본말에서 왔다는 정도는 밝혀야 할 텐데, 도리어 일본어와 중국어는 제외했다고 일러두는 것은 50만 어휘를 자랑하는 사전답지 않은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을 사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어휘 수만 최고가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최고인 사전을 기대한다.
이참에 "방명록"이라고 쓰인 공책의 겉표지 대신 외솔 선생의 "한글이 목숨"이라는 글이 남아 있는 '금서집' 또는 '아름다운 분들 다녀가시다' 같은 글을 적어 꾸며보면 어떨까?
출처 : 사쿠라 훈민정음, 한꽃 이윤옥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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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신 | 님의 그 다사로운 민족애
절로 숙여집니다~~~ | 2011-07-16 |  |
| 대전시민 | 아이고 형님.....
형님의 열정은 잘 알고 있지만...... 10kg씩이나 살빠지게
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참.... 문제군요... 적당히라는 것이
안되는 분이니.... 어이구....
오래만에 올려주신 좋은 글 아주 잘 봤습니다.... 조만간
뵙고 이야기 할 시간을 기약하며 건강 하시길 빌어보네요...
| 2011-07-04 | |
| 아름이 | 지난 4.27 순천재보궐선거에서 다소 무리했던 듯합니다.
체중이 10Kg 감량되었답니다.
돈 안들이고, 다이어트했으니 일석이조였습니다.
그런데 체력저하와 의욕상실로 이어졌습니다.
한강, 무등산, 동악산, 금당산을 다니면서 기운이 회복되었습니다.
뜻하지 많은 분들이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노래하는 스님 무상스님과 민족문제연구소에 갔습니다.
광주지부장 김순흥 교수님께서 책 두 권을 주셨습니다.
일본말 찌꺼기를 고발한 "사쿠라 훈민정음"과
친일 문학인들을 고발한 시집 "사쿠라 불나방"입니다.
이윤옥 교수님의 저서인데 내용이 너무 좋아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에 계시는 이윤옥 교수님께 허락을 구하고 틈나는대로 옮기고 있습니다.
타이핑하면서 내용을 다시 보고,
보다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김 교수님을 비롯한 홍신방 모든 분들께 안부여쭙니다.
큰 웃음 지으시어, 큰 행복 맞이하소서 | 2011-07-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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