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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1]테러방지법 관련 토론
첨부파일 : 테러방지법정보위증언2.hwp (2003-03-12 14:30:19, 번호: 15, 조회: 3201)
테러방지법, 입법되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 김 홍 신

국회에 테러방지법이 제출된 이후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또한 몇 차례에 걸친 수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테러방지법의 입법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문구와 조항을 수정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국민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하는 바는 부분적 수정이 아니라 테러방지법 자체에 대한 입법반대입니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테러방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각종 국제행사 등으로 시급하다는 이유를 들어 무리하게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논의에 앞서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합의가 어떤 내용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9.11테러참사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테러를 방지할 시스템과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각국의 인사들이 국내로 들어오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어느 시기보다 테러의 위험성이 높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국력을 집중하여 불행한 테러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동의가 곧바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은 테러방지법 자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결여되어 있다

9.11테러사태에서 보듯이 종래에는 소설가나 상상할 만한 비행기충돌을 이용한 테러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테러가 발생했고, 탄저균 등을 이용한 불특정다수가 피해자가 되는 신종테러가 등장했습니다. 즉 테러의 수단이 다양화, 극렬화되었고 그 피해가 미국의 예에서 보듯이 광범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테러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고 모호한 상태이고, 테러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나 체감의 정도도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현재와 같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테러방지법이 입법된다면 오히려 테러방지법을 통해 보호해야할 대상인 국민들의 인권이 제약받고 위협받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테러방지대책의 출발점은 우리사회에서 테러라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이에 대한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지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사회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일정한 합의를 도출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현재 시점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테러대책 - 법·제도의 정비 등 -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입법과정은 이런 기본적 절차성마저도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합니다.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

테러에 대한 예방, 처벌은 현행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와 사회각계, 다수의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기존의 법체계로 처벌할 수 없는 행위를 지금까지의 ‘테러관행’에 비추어 정확히 따져보고 현행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는 행위에 한해서 죄목을 만드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먼저 기존의 법률과 대응체계가 왜 효율적이지 못하고, 한계가 있는지를 명확히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형법, 폭력행위처벌법, 군형법, 항공법, 철도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원자력법 등 각종의 법안과 경찰, 검찰, 법무부, 건교부, 국정원, 기무사 등 기존의 국가체계에서 기능분배와 협력을 통해 효과적인 테러방지책을 세울 수 없는가를 설득력있게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월드컵대회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과 안전대책위원회도 이미 구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불과 90일여를 남겨놓고 월드컵을 상정한 특별입법이 필요한 것이지도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입증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졸속 입법이 우려되는 것이고, 법안의 성안 후 폐해도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일단은 기존의 법체계를 수정보완하고 국가기구를 효율적으로 가동해 효과적 테러방지책을 마련하고, 테러방지법안과 같은 특별법안은 사회적인 합의와 민주적 토론 수행을 전제로 장기적 과제로 돌리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은 독소조항의 폐해가 우려된다

테러방지법은 테러범죄와 테러단체의 개념과 범위가 극히 애매하고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테러방지법이 이 상태로 적용될 경우 국민의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의적으로 죄목을 만들어내고 집행될 수 있는 법은 그 자체로 국민에 대한 위협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중처벌 조항, 불고지죄와 유사한 미신고죄,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동향파악과 출국조치규정,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조치의 미비 등 법안의 모호성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우려가 지극히 높습니다.

국가정보원 권한이 비상식적 확대되어서는 안된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비상식적이라 할 만큼 국가정보원 권한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안은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테러대책기구를 설계하고 있고, 자체 조직과 정원이 공개되지 않는 대테러센터를 국가정보원에 두는 한편, 대테러센터의 조직을 국정원장이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테러대책회의의 운영중심인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정원장이 맡게 될 것이 확실합니다. 이렇다면 대테러센터의 산하기구로 설치될 분야별 테러사건대책본부와 각 행정기관의 대테러대책협의회가 국정원 지휘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미 상당한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정원이 더욱 확대된 권한과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자행되었던 정보부서의 각종 비리와 공작, 인권침해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또한 정보부서를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수집 활동이라는 고유의 업무로 환원하여 개혁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걸맞는 정보부 위상을 수립하고자 했던 정부의 노력에도 맞지 않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테러대책의 비효율성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법안이 제정된다면 실제로 테러를 예방하거나 진압하는 데 어떤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조직의 중복과 인력 및 예산낭비의 가능성이 큽니다. 국가 대테러대책회의 상임위원회 등은 기구가 방대하여 효율성과 기민성을 기하기 어렵고, 분야별 테러사건대책본부와 각 행정기관의 대테러대책협의회의 설치 운영은 행정기구의 비대화와 예산낭비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또한 국정원이 기존의 첩보활동과 정보제공의 차원을 넘어서 테러방지대책의 전권을 행사하게 되면 경찰, 검찰, 군, 국방부 등 치안과 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부처와 업무상 갈등과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효과적인 테러방지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북 평화무드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법안의 논의 과정에서 심각하게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 대북관계의 문제입니다. 우리 국민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테러하면 북한’이라는 냉전적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9.11 테러사태 이후 북한이 반테러 움직임에 동참했음에도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발언으로 남북관계를 급속히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지 못합니다.
또한 테러방지법을 통해서도 테러와 테러단체의 개념을 ‘북한과 국제테러’로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법안이 통과된다면 남북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유화책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반세기만에 조성되고 있는 남북화해무드에도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북아일랜드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눈에는 눈’식으로의 단선적 대응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따름입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테러를 종식시킨 영국과 달리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현재에도 각종 테러와 폭력으로 인명피해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녕 북한의 테러위협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단선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가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지속적인 유화책과 북한을 한반도 평화의 동반자로 끌어올릴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통해 북한의 테러위협을 뿌리부터 없애려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합니다.

결론에 대신하여 - 제2의 국가보안법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미 사회 일각에서는 테러방지법을 제2의 국가보안법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보안법만으로도 국제사회에서 인권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만약 테러방지법이 충분한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통과된다면 각종 인권침해사례와 국민기본권 제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오히려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신중한 자세와 접근이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노력과 현행의 법·제도의 정비를 통해 효율적인 대책마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인 특별법안의 마련이 필요하다면 졸속적인 과정이 아니라 신중한 검토와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전제조건들이 채워지지 않는 상태에서 무리한 테러방지법의 입법은 결코 허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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