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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22]민언연 언론개혁토론회
첨부파일 : 언론개혁토론회1.hwp (2003-03-12 14:39:20, 번호: 20, 조회: 3621)

정당성과 법·제도에 근거한 언론개혁
- 언론개혁 관련 노무현정부에 대한 제언과 국회의 역할 -


국가권력이 언론을 장악하여 국민들의 자유로운 민의 형성과정을 침해하거나, 언론이 권력과 유착되어 권력의 주구가 된다면 민주주의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를 헌법에 보장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같은 차원에서 다루는 이유도 그만큼 언론의 자유가 소중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우리사회에서는 이런 원칙이 제대로 구현되어 오진 못했다. ‘땡전뉴스’ ‘땡노뉴스’식의 소위 ‘땡뉴스’란 말이 회자됐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대중지였다기 보다는 권력자와 사주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선전지에 불과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권력에 대한 엄정한 비판자이기를 포기하고, 권력자를 편들기에 바빴고 급기야는 스스로 부패한 권력자가 되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되어 버렸다. ‘안티조선운동’으로 대표되는 특정신문에 대한 국민의 정서적 반감은 언론이 민의에 역행하여 반동화된 권력의 길로 빠져들고 있음을 반증한다. 분단고착화와 수구의 논리로 점철된 기득권세력, 무분별한 시장경쟁을 초래하여 건전한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반사회적 세력이 되어 버린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치권력을 비롯하여 어떤 권력이든 남용되어서는 안된다. 일상적으로 감시되고 견제되면서 비대화·독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권력의 근원인 국민으로부터 통제되고 검증될 수 있어야만 한다. 사회에서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우리 언론이 이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지 못했다는 것은 언론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 민족과 역사에 있어서도 커다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언론개혁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회전반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국민에 의해 국가와 정부가 통제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건강한 언론의 육성은 미룰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적 논리가 아닌 법·제도적 절차에 입각한 언론개혁

21세기 첫번째 대선은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노무현의 승리로 끝났다.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회창의 대선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회창 승리가 대세였고,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언론도 그런 분위기를 적극 조장하고 즐겨왔다. 그러나 결과는 노무현의 승리였고, 거대야당인 한나라당과 조·중·동 거대언론이 의도했던 바는 이뤄지지 못했다. 반세기를 넘도록 누려왔던 여론지배력을 상당부분 상실해 버린 것이다.
노무현정부는 출범초기부터 언론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당선자는 물론이고 당선자주변의 인물들 또한 개혁적 마인드가 철저한 진용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노무현정부에서 언론개혁에 손을 대는 것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회 재적의원 273명의 55.3%인 151석을 야당인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고, 16개 시·도 광역단체 가운데 전·남북과 광주, 충남, 제주 등 5곳을 뺀 11개의 단체장을 야당이 석권하고 있다. ‘사상 최약체 정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반이 취약한 정권임에 틀림없다. 한나라당이라는 거대야당을 설득하고 납득시키지 않는다면 국정초기부터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은 저항세력이 형성되어 있는 현실은 노무현정부의 피할 수 없는 장애인 것이다. 개혁이라는 이상과 소수정권이라는 현실은 신정부출범 초기 과도한 정책적 오류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더라도 정책추진과정에서의 조그만 실기는 전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개혁의 물결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때문에 차기 노무현정부에서는 절차성의 문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우리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몇몇 대족벌 신문을 겨냥한 개혁에 치밀한 준비도 없이 섣불리 나섰다가는 그들의 특권을 지키려는 추악한 저항을 언론자유를 위한 성전으로 만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 2001년에 있었던 국민의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의 경우 정부의 정당한 조세권 발동이었지만, 김대중대통령이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후에 이루어진 탓으로 이들 신문은 이를 언론탄압으로 몰았고, 일부 국민도 그렇게 믿었던 것이 사실이다. 15개 언론사에 대해 5,400억여원의 부당내부거래 사실을 밝혀내고 182억원의 과징금을 추징했지만, 정권말에 이르러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취소했고 언론개혁이라는 슬로건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공정위 스스로가 법치주의를 위반하면서 자신들의 권위에 먹칠을 한 부끄러운 행태를 보이고만 것이다. 국민적 개혁과제가 정치에 종속되면서 나타난 폐해이다. 또한 노무현당선자가 공정위의 과징금취소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감사원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힌 것 또한 일면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만 인수위의 법적근거가 없다는 점(인수위법이 국회의결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이런 사례에 근거했을 때 노무현정부의 언론개혁노력은 좀 더 신중하고 치밀해져야만 한다. 정부 스스로가 직접 개혁의 주체로 나서기보다는 제도적 과제를 정비하고 언론개혁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여 개혁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과거의 김영삼, 김대중정부가 민주주의와 개혁의 외연을 넓혀놓았다면 노무현정부는 내연을 강화하고 철학과 토대를 다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청와대와 정부부처 출입기자단 해체를 유도하고, 모든 기자들에게 기자실 전면 개방하거나 또는 폐지하는 등 상징적 조치들을 통해 언론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정권초반기부터 무리하게 과감한 개혁조치를 도입하기보다는 현재 법적으로 보장된 조처들을 엄정히 시행하는 것으로부터 개혁의 시발점을 찾아야 한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여 탈세사실이 드러나면 탈세액을 제대로 추징하고, 무원칙적인 무가지배포나 경품제공 등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엄격히 집행해야 한다. 신문고시를 강화하여 철저히 시행하되 과징금을 부과한 경우에는 반드시 징수하는 등 법적으로 가능한 조치들을 정권초기부터 의지를 가지고 시행해 나가야 한다. 또한 재정이 열악한 신문들이 시장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동판매제 지원, 다양한 언론문화의 창출을 위한 인터넷신문 등 대안적 언론 지원육성방안 수립 등 건전한 언론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조치를 고민하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언론개혁 해법

사실 정부가 나서서 조·중·동 등 거대언론을 개혁하고자 해도 취할 수 있는 혁신적 조치가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이나 일가의 특정신문 소유지분제한, 특정신문의 시장지배력 제한, 소유와 편집의 분리와 편집권의 독립 등이 핵심적인 개혁조치로 운위되지만 이런 조치들은 관련법을 개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국회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혁신적 개혁입법을 추진한다고 해도 실현가능성은 난망할 따름이다. 이전 정권처럼 3당합당과 같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의원빼가기 행태를 하지 않겠다는 노무현당선자의 선언을 고려한다면 언론개혁에 있어 국회의 자발적 움직임과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된다. 입법부 내에서 언론개혁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벌어져야 하고 여·야의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개혁입법을 하나하나 입안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몇가지 과제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정기간행물법 개정
신문사주에 의한 편집권 유린과 신문사유화, 일부 중앙지의 권력화에 따른 폐해를 막고 언론이 지닌 본연의 공공적 기능이 회복되기 위해 ‘정기간행물의등록등에관한법률안’(이하 정간법) 등 관련법률의 정비가 시급하다.
정간법개정안은 언론개혁시민연대를 통해 두차례에 걸쳐 입법청원이 된 적도 있었고, 여야의원 일부가 공동발의한 안도 있었지만, 국회내의 저항과 방조로 성안되지 못했다. 노무현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여야의원의 합의하여 정간법개정안을 마련하고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내의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 법안에 편집권의 독립 보장, 소유집중제한을 통한 신문사유화 방지, 경영투명성 확립, 독자의 권리보장, 정기간행물의 사회적 책임 명문화, 광고에 관한 규정 등 개혁조항이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2) 지역신문정상화지원법 마련을 통한 지역신문 정상화 및 진흥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해 지역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고 지방정부의 감시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건전한 언론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특히 지역신문의 경우 경쟁력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막대한 자본력에 의한 일부 소수 중앙지의 여론독과점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건전한 지역신문의 육성은 언론개혁에 있어 놓칠 수 없는 과제이다.
현재 중소기업기본법 등 각종 법령을 통해 지방 균형발전과 중소기업육성 등을 위한 지원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지역신문은 지원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 정간법 등 법개정을 통해 지역신문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언론노조에서 제안한 ‘지역신문정상화지원법’ 마련과 이에 근거한 ‘지역신문정상화지원기금’ 등의 설치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과제이다.

3) 신문판매시장 정상화
무차별적인 경품과 무가지 살포 등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신문판촉전쟁은 왜곡된 언론구조가 낳은 가장 큰 해악이다. 급기야 지난 96년에는 과도한 판매경쟁으로 인해 살인사건까지 일어날 정도로 과열되어 있다. 신문의 질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자금력으로 무가지배포, 세탁기, 밥통, 자전거 등 고액의 경품관행, 독자의 신문선택권을 침해하는 강제투입 등 신문시장의 공정거래질서확립은 시급한 문제이다.
극에 달한 신문판매시장을 정상화하고 신문시장의 그릇된 관행을 척결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정화장치를 마련하는 것 또한 국회에서 주도해 나가야할 문제들이다. 이를 위해 신문고시를 개정할 수 있도록 행정부를 강제하고, 방문판매법과 부가가치세법의 개정을 통한 과열판촉현상의 제어 등의 입법이 필요하다. 소모적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배달과 판촉이 분리되는 공배제도의 도입근거 마련도 동시적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 이상은 언론노동조합의 ‘2002 대선공약화를 위한 언론개혁 9대과제’를 참조로 작성함)

4) 언론개혁을 위한 국회내 특별위원회 구성
이상으로 국회 내에서 시급히 다루어야할 몇가지 법·제도적 과제를 짚었다. 이런 과제들을 원활히 수행하고 국회내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국회내에 한시적으로 ‘언론특별위원회’구성을 제안한다.
언론개혁 자체가 몇가지 법구를 개정·신설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문화제도의 측면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입법부는 물론,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논의와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개혁의 방향을 선도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여·야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정부책임자, 시민대표, 학계, 업계 대표 등을 관련 전문가로 초빙하여 법안의 문제만이 아니라 언론 전반에 걸친 다양한 토론이 이뤄지고 언론의 발전상을 그려낼 수 있는 기초단위로써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내년 총선이전에 언론개혁과 관련한 기본법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생산적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결론에 대신하여

언론개혁과 관련하여 몇가지 중점과제를 중심으로 노무현정부에 바라는 바와 국회의 과제 등을 밝혔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구와 과제들이 산적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추후 다양한 논의를 통해 정리되리라 기대한다. 결론에 대신하여 한가지 점만은 우리 모두가 공통되게 인식할 것을 촉구하면서 마무리 하고자 한다.
국민과 시대는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수구와 안정을 기조로 한 한나라당과 변화와 개혁으로 상징되는 노무현의 대결에서 국민은 변화와 개혁을 선택했다. 상고출신, 빈농의 자제 그나마 정치적 기반조차도 없었던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킹메이커 역할을 자부하던 거대언론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충격이었겠지만 그것이 민의이고 우리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선거의 결과를 놓고 단순히 누구에 대한 누구의 승리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 국민들의 저변에 흐르는 의중을 정확히 짚어내어 분석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소위 ‘사회지도층’의 의무이자 과제이다. 노무현을 선택한 국민과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우리시대의 코드를 엄밀하게 분석하고 실천해 나가는 자기개혁의 노력을 촉구한다. 통일을 지향하고, 평화를 추구하며 기회균등한 사회를 갈망하는 민의에 화답하는 자세의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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